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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도사에서 지지자로

유년의 기억 속 전도사

내 이름은 불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, 우리 집도 불교를 믿는 가정이다.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기독교 계통의 유치원을 다녔다. 이젠 너무나도 오래된 일이라 대부분의 기억은 희미하지만,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다. 유치원 밴의 문을 열어주고 안전한 등하원을 책임지며,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마다 기분을 물어봐 주고, 아이들의 행동을 살피며 친구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. 우리는 그를 '전도사님'이라고 불렀고, 내 기억 속 전도사란 그런 사람이었다.

선물로서의 기술

기술을 선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? 2019년 일본 야마구치에서 열린 실험적 교육 프로그램 'SFPC Summer 2019 in Yamaguchi'는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. 뉴욕의 실험 학교인 School For Poetic Computation (시적연산학교, SFPC)가 주최한 이 프로그램은 'Technology as a gift (선물로서의 기술)'이라는 주제로 예술과 코드, 하드웨어 그리고 이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했다. 평소 SFPC의 활동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나는 지난 2019년 추석 연휴 직전 열흘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. 그리고 그곳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내가 만드는 제품과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.

어떤 글을 쓸까 - 글또야 도와줘

글또의 힘을 빌려

호기롭게 블로그를 개설한 지 어느덧 세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. 첫 글을 쓰고 나면 두 번째 글부터는 더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, 오히려 그 반대였다. 딱히 쓸 내용이 없어서는 아니다. 올해 하반기 들어 커리어의 방향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,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하고,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틈틈히 글감이 될 만한 것들을 쌓아왔다. 다만 그중 어느 주제에 대해 언제까지 쓰겠다 하는 결심도 부족했고, 이왕 쓰면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손을 대는 것이 쉽지 않았다.

첫 글

설명서 좋아하는 사람

나는 설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다. 거의 모든 공산품과 서비스에 대해, 설계 의도와 기능 그리고 브랜딩 텍스트를 살펴보기 전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. 첫 차를 사고서, 일단 차는 모셔두고 설명서를 1페이지부터 정독하는 모습을 친구들이 신기해했던 게 기억난다. 식당에서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'메밀의 효능' 같은 걸 읽는 게 나다.